검찰을 떠난이유...어느검사의 고백

단순 절도범 17세의 가출소녀는 구속하고 자신의 스폰서와 고위공직자의 동생은 봐주고... 검찰의 세계 '충격'

이영노 | 기사입력 2018/10/24 [07:05]

검찰을 떠난이유...어느검사의 고백

단순 절도범 17세의 가출소녀는 구속하고 자신의 스폰서와 고위공직자의 동생은 봐주고... 검찰의 세계 '충격'

이영노 | 입력 : 2018/10/24 [07:05]

 

▲     © 이영노


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

 
 내가 검사로 임관한지 5개월쯤 되었을 무렵의 일이다.

17세의 가출소녀가 절도죄로 구속된 사건이 나에게 배당되었다.

그 전날 당직검사가 구속시킨 모양이었는데, 그 소녀는 지적장애를 가진 아이였고 게다가 임신한 상태였다.

  
노숙을 하는 그 아이는 따뜻한 밥 한끼와 잠자리를 준다는 약속이면 누구든지 따라가는 생활을 하고 있었다. 나는 세상을 글로 배웠고, 피의자에 대한 태도로 배운 것은 사법연수원 검찰실무 교재의 여러 결정문 예에 나와 있는 “피의자의 장래를 엄히 훈계하고”가 다였다. 내가 어리석다지만, 배고픔과 추위를 해결할 다른 방법이 없는 그 아이에게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훈계를 할 만큼 어리석지는 않았다.

 
나는 그 아이에게 왜 집을 나왔는지, 지금 자신의 몸 상태를 알고 있는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내가 그 아이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없는 이상 그 아이의 가망없는 상황을 내 걱정의 리스트에 더하고 싶지 않다는 이기적인 마음에서였다.

 
글로 배우지 못한 상황은 그 외에도 많았다.

 
검사장은 자신의 관사 주소를 적어주며 나에게 그 곳으로 퇴근 후 찾아오라고 하거나 단둘이 등산을 가자고 했고, 일요일날 호텔 일식당에서 식사를 하자면서 전화를 걸어왔다.

 
차장 검사는 자신의 방에 불러서 특정사건의 기소유예를 지시하는 자리에서 그 사건의 청탁을 하는 스폰서와 전화통화를 했다. “네 제가 지금 불러서 잘 시켜두었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요”라고.

 
부장검사는 점심식사 자리에서 한때 나이트클럽의 사장이 소개시켜준 젊고 아름다운 아가씨와 함께 xx여행을 간 이야기를 했다.

지역유지로부터 호화요트를 빌려서 다녀온 여행이라고 했다. 그 요트 위에서 자신이 오일을 발라주던 아가씨의 탄력있고 날씬한 몸과 매끄러운 피부에 대해서  상세히도 묘사하셨던 기억이 난다.

 
그 부장검사는 또 내가 구속할 것이라는 지시를 내린 사건의 기록이 부장실로 올라갔을 때 내가 서명날인한 지휘명령서 부분을 없애고 자신이 만든 “불구속” 지시로 바꾸었다. 그런 다음 나를 전화로 불러 서명, 날인을 하고 가라고 지시했다.

그 사건은 고위공직자의 동생이 저지른 음주뺑소니 사건이었고, 음주운전적발이  3회째였다.

삼진아웃제에 따라 음주운전만으로도 구속되는 게 원칙이었는데, 거기에 더하여 인명사고 후 도주까지 한 피의자에 대하여 부장은 불구속결정을 했다.

 
검사장, 차장검사, 부장검사는 모두 타인을 처벌하는 일을 하면서도 자신의 행동의 옳고 그름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다. 법률의 적용과 집행은 외부를 향한 것이지, 그들은 거기에서 제외되고 법을 벗어나있는 것처럼 행동했다.

 
나는 우울감에 시달렸고 출근하는 것이 두려웠다. 현실을 생각하고 느끼면 혼란스럽고 불안해져 마치 내가 딛고 있던 땅이 조금씩 침식되어 깎여 나가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나는 생각하지 않고 느끼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그러자 나는 뿌리로부터 물과 영양분이 공급되지 않는 고목처럼 안으로부터 메말라갔고 현실을 살아가는 감각을 잃어버렸다. 마치 내 영혼이 공중 어딘가를 부유하며 허깨비로 살아가는 나를 바라보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검찰을 떠났고 시간은 흘러 김x영 검사가 자살을 했다.

나보다 몇배는 더 고통스럽고 더 깊은 절망감에 빠져 있었을 것을 짐작하고 가슴이 아렸다.

위의 검사장, 차장검사, 부장검사는 검사장으로 승진하고 서울중앙지검 검사장이 되고 국회의원이 되었다.

나에게는 세상을 욕할 자격이 없었다.

나에게 침묵의 죄를 물어야 할 뿐.

 
그런데 나에게 더 깊은 절망은 그 후에 찾아왔다. 공익의 개념이라고는 전혀 없는 욕망덩어리의 천박한 권력자에게 부역한 혐의를 받고 있던 검찰이 앞으로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깨달았을 때이다.

 
검사들은 우리는 시키는 대로 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항변했다.

검사가 쓴, 베스트셀러가 된 어느 책에서 그 검사는 “내가 검찰에 들어온 뒤 이 조직은 늘 추문과 사고에 휩싸였다.

그때마다 뼈를 깎는 각오로 일신하겠다는 발표를 하곤 했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더 이상 깎을 뼈도 없는 연체동물이 된 것 같았다.

그런 상황을 접할 때마다 늘 죄인처럼 지냈지만, 추문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대부분의 검사들이 왜 싸잡아서 욕을 먹어야 하는지 의구심이 들었다”고 적었다.

저 검사는 침묵한 죄와 행동하지 않은 죄를 각성하지 못하고 저렇게 가볍게 보는구나 싶었다.

 
내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그들은 법원에 접수시킨 압수수색영장을 변호사의 영장기각 청탁을 받고 법원으로부터 회수하고서는 보관본의 차장 날인을 수정액으로 지운 다음 결재 중이었는데 직원이 실수로 접수시켰다는 거짓말을 하고, 국회의원의 채용청탁비리를 봐주기 위하여 무진 애를 썼다. 

 
죄의 무게를 다는 그들의 저울은 고장났다.

17세의 가출소녀를 구속하고 자신의 스폰서와 고위공직자의 동생은 봐주던 그들은 자신들의 범죄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한다.

 

마음이 시리고 아팠다.

 

몸을 부르르 떨면서 그들에게 사람을 심판할 자격이 있는지, 그들로 하여금 다른 사람을 처벌하게 하는 게 옳은지를 아프게 나에게 물었다.

 

*편집후기: 진실성이 있어 게재함을 알린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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