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균승 군산대 교수,기본소득 멀고 험하다...논평

기본소득의 재원을 충당한다는 것은 어불성설

이영노 | 기사입력 2021/02/14 [08:14]

정균승 군산대 교수,기본소득 멀고 험하다...논평

기본소득의 재원을 충당한다는 것은 어불성설

이영노 | 입력 : 2021/02/14 [08:14]

정균승 군산대 교수     ©이영노

정균승 군산대 경제학과교수

 

최근 기본소득에 관한 논쟁이 뜨겁다.

 
대체적인 여론의 향배는 기본소득에 부정적이거나 비판적 내지 냉소적이다.

  

특히 여당을 중심으로 열띤 논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 고무적이다.

 
자천타천 차기 대권후보들이 너나 할 것 없이 기본소득을 언급하고 있다.


그에 비해 야당은 아예 논의 자체를 금기시하는 것인지, 아니면 관심조차 없는 것인지, 강 건너 불구경하듯 보고 있다.

 
어쨌든 아주 아주 바람직한 현상이다.

 
결국 이 모든 과정이 기본소득으로 가는 여정이기 때문이다.


장담컨대 차기 대선은 세대교체와 기본소득이 핵심 아젠다가 될 것이다.

 

 
이 두 가지 담론에서 이니셔티브를 쥐는 후보가 향후 대한민국의 5년을 이끌어갈 것이다.

 
첫째,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그동안 한국 정치를 이끌었던 6070세대는 앉아있던 의자를 4050세대에게 내어주어야 할 때가 되었다.

 
민주화세대가 우리 사회 발전에 기여한 혁혁한 공로는 역사가 평가해줄 것이다.

 
이제는 정치민주화를 뛰어 넘어 경제민주화의 시대를 열어야 할 시대적 사명이 우리 앞에 있다.

 
둘째, 기본소득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야 한다.

 
그런데 아직도 기본소득을 복지정책의 일환 쯤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그렇지 않다.

 
기존의 복지제도는 사회적 약자들을 보호하고 돕기 위한 선별적 지원제도이다.

 
반면에 기본소득제도는 누구도 차별하지 않고 최소한도의 인간적 존엄성을 유지하면서 '하고 싶은 일을 할 권리'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거부할 권리'를 주도적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경제적 기본권이자 사회적 안전망이다.

 
가장 핫한 이슈인 재원 마련만 해도 그렇다.

 
현행 조세제도의 테두리에서 기본소득의 재원을 충당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런데도 "무슨 돈으로 기본소득 재원을 마련하느냐"면서 "후손들에게 빚을 물려줘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이는 마치 성장기 아이가 몸이 부쩍 자라나는데 새옷을 입힐 생각은 안 하고 여전히 예전에 입던 옷을 계속 입으라고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기본소득의 세원은 기존의 세수입을 쪼개서 충당하는 것이 아니라 신규로 세수를 마련해야 한다.

 
따라서 새로운 세원 창출을 위한 다양하고 심도있는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검토되고 있는 것들 중에는 인공지능 관련세, 로봇 관련세, 빅데이터 관련세, 플랫폼자본 관련세, 탄소 관련세, 국토보유 관련세 등 4차 산업혁명과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새로이 확보해야 할 세금들이다.

 
이들 관련 세금은 전 국민이 생산과정에 기여했음에도 불구하고 분배과정에서 소외되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마땅히 징수할 조세의 공정성과 형평성을 지니고 있다.

 
또한 기본소득 논의와 관련하여 한 가지 덧붙이자면, 공동체에 아무런 기여도 하지 않고 무임승차하려는 사람들이 없도록 일을 통해 자신이 사회의 소중한 일원임을 스스로 느낄 수 있게 가칭 '기본일자리보장제'도 적극적으로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공식적인 용어가 없긴 하지만 '기본 일 자리 제' 또는 '일자리보장제'는 국가가 직접 고용주가 되어 지역 공동체와 연계해 사회적 돌봄 서비스, 청년층의 문화예술활동, 중장년층의 주거, 환경, 에너지 분야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으로써 기본소득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아직은 기본소득이 가야 할 길이 멀고 험하다.

 
그렇더라도 어차피 가야 할 길이라면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너무 서두르지 말고 차분하고 진지하게 한 계단 한 계단씩 천천히 올라가야 할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이 우리 사회가 보다 나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위대한 도약의 발걸음이라고 굳게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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