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대 정균승 교수, ‘천국타령’

죽으면 땅으로 가지 천국으로 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영노 | 기사입력 2021/05/14 [09:06]

군산대 정균승 교수, ‘천국타령’

죽으면 땅으로 가지 천국으로 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영노 | 입력 : 2021/05/14 [09:06]

정균승 군산대 교수     ©이영노

군산대 정균승 교수

 

천국타령

천국이 있을까?
그렇다면 지옥도 있고?
있다면 어디에 있을까?

죽고 난 뒤 머나먼 저곳 어딘가에 있을까?
천국은 꼭 죽고 난 후에만 갈 수 있는 곳일까?
누가 한번이라도 그곳에 가본 적이 있을까?

참 유치하고 유아스런 질문이라는 것을 잘 안다.
천국과 지옥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새삼스럽게 천국타령이란 말인가.

그런데 솔직히 나는 지금도 이 궁금증이 해결되지 않는다.
무신론자여서 그런지 몰라도 천국과 지옥을 나누는 것이 너무 불편하고 싫다.

천국은 장소의 개념일까?
얼마나 착하게 살아야 천국에 갈 수 있을까?

교회에 나가 회개하지 않는 사람은 절대 천국에 갈 수 없을까?
그렇다면 기독교가 들어오지 않았던 조선시대 이전의 우리 조상은 단 한 사람도 천국에 가지 못했을까?

천국은 실존이 아니라 상태다.”

내가 존경해 마지않는 분께서 언젠가 들려주었던 천국에 대한 그분의 평소 지론이다.

천국은 물리적인 장소가 아니라 마음의 상태이며 의식의 흐름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천국은 살아있는 지금 느끼고 실감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이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죽으면 땅으로 가지 천국으로 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죽고 나면 애초에 내가 오기 전의 무의 상태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라고 믿는다.
그때까지 살고 싶은 대로 잘 살다 가면 그만이라고 생각한다.

천국은 먼 훗날 머나먼 저곳에 있는 것이 아니다.
내가 살고 있는 지금 바로 여기에 천국과 지옥이 공존한다.
어느 쪽으로 갈 것인가는 남이 아니라 전적으로 내가 선택하기에 달려 있다.

팬데믹으로 비상이 걸린 상황에도 꼭 교회에 나가야만 천국에 가는 것일까?
종교를 갖지 않고 신앙생활을 하지 않는 사람은 정말 천국 근처에도 갈 수 없단 말인가?

우리는 모두 죄인이니 회개하며 살아야 죽어서 천국의 문이 열린다는 말은 아무리 들어도 마음이 편치 않다.

물론 살면서 잘못한 일들이 수없이 많지만 평생을 죄책감에 시달리며 죄인처럼 살아야만 천국에 갈 수 있다면 나는 차라리 안 가겠다.

평생을 죄인처럼 살아야만 천국에 갈 수 있다고 누가 확신할 수 있단 말인가?

나는 죽어서 지옥에 가도 좋다.
차라리 그냥 지금 여기서 내가 살고 싶은 삶을 살면서 마음의 평화를 누리는 것이 낫겠다.

오늘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작은 자유와 오늘 내가 하고 싶은 소박한 일을 할 수 있다면, 이곳이 천국이 아니고 어디가 천국이란 말인가.

천국은 장소가 아니라 감정이다.
천국은 죽어서 가는 곳이 아니라 살아서 느끼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믿고 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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