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 고] 명분 없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장 멈춰야

오늘뉴스 | 기사입력 2022/02/28 [02:11]

[기 고] 명분 없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장 멈춰야

오늘뉴스 | 입력 : 2022/02/28 [02:11]

▲ 안상현  © 오늘뉴스

[백혈병소아암협회 광주전남지회 홍보위원 / 자유기고가 안상현] 결국,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예프가 함락 직전이라 한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온 시민이 무기를 들고 수도 방위를 위해 결사항전을 각오하고 있지만 러시아의 첨단무기와 거대 군사력 앞에서 과연 며칠이나 버틸 수 있을지 걱정이다. 

 

연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관련 뉴스를 접하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사진이 두 장 있었다. 한 장은 징집되어 전장(戰場)으로 떠나기 직전 어린 딸을 꼬옥 안아주자, 딸이 “아빠! 꼭 살아 돌아오세요.”라며 울먹이는 사진. 

 

다른 한 장은 보건소 공무원인 중년의 여의사가 일반 시민은 피란을 가더라도 자기와 같은 국가 관료는 남아서 조국을 끝까지 지켜야 하므로 오늘 당장 총 쏘는 법을 배울 것이라는 인터뷰 사진. 아프간 사태를 지켜본 후 이 나라도 죄다 겁먹고 도망가기 바쁠 것이라 예상했는데 보기 좋게 엇나갔다.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애국심은 그 어느 나라보다 높고 숭고함을 실로 잘 알 수 있었다. 

 

전장으로 떠나기 전, 딸을 안아주며 날이 추우니 장갑 잃어버리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걱정해주는 아빠의 모습, 나라의 녹을 먹는 공무원으로서 끝까지 싸우다 죽겠다는 단호한 의지... 불과 70여 년 전 이 땅에서도 이렇듯 뜨거운 애국심과 가족애로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려는 분들이 많았고 그분들의 숭고한 희생으로 한반도 남쪽은 공산화되지 않고 자유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켜낼 수 있었다. 현재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와 번영이 결코 거저 얻어진 것이 아님을 현 세대는 잘 알아야 한다. 

 

너무나 아쉬운 점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1994년 체결된 ‘부다페스트 양해각서’가 무용지물이 되어버렸고 그 어떤 국제협약도 ‘힘의 논리’ 앞에서는 언제든 휴지조각에 불과하다는 슬픈 전례(前例)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것도 21세기에 말이다. 

 

익히 알다시피 1991년 소비에트연방(소련) 해체 이후 우크라이나는 세계 3위의 핵 보유국이었다. 핵탄두 1700개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170기, 전략핵폭격기 40대를 보유한 명실상부한 세계 3위 군사대국이었다. 

 

그러나 미국과의 핵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자 하는 러시아의 탐욕과 러시아를 견제하고 나토(NATO)의 영향력을 확대시키려는 미국의 탐욕이 서로 절묘하게 맞아떨어졌고, 당시 우크라이나는 갓 신생 독립국으로서 정치·경제 안정이 급선무였기에 서둘러 ‘부다페스트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보유하고 있는 핵기술과 핵무기를 러시아로 넘길 수밖에 없었다. 

 

당시 ‘양해각서’만 체결하면 주권보장과 경제지원을 해주기로 약속했던 러시아와 미국은 철저히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만 움직여왔으며 세계평화에 기여하기 위해 핵을 포기했던 우크라이나만 현재 애먼 피해를 당하고 있다. 

 

모 대통령 후보는- 초보 정치인이 대통령이 되어 국제정세를 제대로 살피지 못했기에 벌어진 참사라고 궤변을 늘어놓았으나 이는 선량한 우크라이나 국민을 모독하고 우롱하는 발언이다. 사실, 러시아는 이미 오래전부터 우크라이나에 눈독을 들이고 호시탐탐 침공 준비를 해왔다. 종신 집권을 원하는 블라디미르 푸틴에게 우크라이나 침공·합병은 반드시 해결해야만 하는 그만의 오랜 숙제(?)였던 것이다. 

 

러시아 군 당국은 우크라이나의 군사시설만 정밀 타격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병원·학교·아파트 등의 민간 시설도 연일 폭격당하고 있음을, 그로 인해 죄 없는 수많은 민간인이 죽어나가고 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자전거를 타다 폭격으로 희생된 한 소녀의 시신을 보며 나는 실로 오랜만에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슬픔과 안타까움과 분노가 적절히 섞인 그 눈물은 한동안 내 볼에서 식을 줄 몰랐다. 

 

한반도는 세계의 화약고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은 사회주의권 초강대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자유주의권 초강대국인 일본과 미국을 사이에 두고 대립하고 있는 분단된 반도로써 고립된 섬이나 다름없다. 만약 이 고립된 섬에서 전쟁이 일어난다면 그 피해는 여느 타 전쟁보다 더 막대할 것이다. 

 

우크라이나를 보라. 인접국인 루마니아나 폴란드로 수 시간이면 피란을 갈 수 있지만 우리는 북으로는 휴전선에 가로막혀 있고 동서남으로는 바다가 가로막고 있어 항공 이송이 아니면 피란을 갈 수 없다. 북한이나 중국이 우리네 공항과 항만시설을 신속하게 타격하여 함락해버리면 꼼짝없이 ‘섬 아닌 섬’에 갇혀버리는 것이다. 

 

그러할 경우 동맹국 지원 병력이 도착할 때까지 오로지 우리의 군사력과 방위시스템으로 버텨야 하는데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면서 다시 한번 자주국방과 국방력 강화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이와 더불어 한미동맹의 강화와 한미일 공조체계 구축의 중요성은 더 이상 강조할 필요가 없을 듯 하다. 

 

이상주의에 사로잡혀 북한의 위협을 간과하고 곧 종전선언이 될 거라고 착각하는 이들이 많다. 국방비 지원과 군인 우대를 부르짖으면 ‘수구꼴통’ 혹은 ‘반페미’라는 이상한 소리를 해대는 이들이 많다. 1953년 7월 27일 휴전된 이후 이 땅은 종전된 곳이 아니라 전쟁이 잠시 멈춰진 세계의 화약고임을 명심해야 한다. 

 

이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를 보면서 다음의 세 가지 교훈을 얻었다. 첫째, 영원한 우방도 영원한 적도 없는 것이 냉혹한 국제사회임을 직시하고 자주 국방력 강화에 온 힘을 쏟을 것. 둘째, 지난 5년간 약해질대로 약해진 한미동맹을 굳건히 하고 유사시 한미일 공조체계를 잘 구축해놓을 것. 셋째, 공산국가의 표리부동(表裏不同)과 기만전술은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음을 이번 사태를 통해 잘 알아야 할 것. 

 

항시 전쟁은 한 인간(절대 권력자)의 탐욕으로 인해 벌어진다고 한다. 러시아인들도 반전시위에 열심인 걸 보면 이번 침공은 0.0001%의 명분도 없는 비열한 짓거리다. 하루빨리 우크라이나에 포성이 멈추고 평화가 깃들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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