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내리 겨울...무주 이봉명 시인의 길

이봉명의 네 번째 시집- ‘포내리 겨울’

이영노 | 기사입력 2013/12/31 [03:34]

포내리 겨울...무주 이봉명 시인의 길

이봉명의 네 번째 시집- ‘포내리 겨울’

이영노 | 입력 : 2013/12/31 [03:34]

▲ '포내리 겨울' 시집 표지     © 이영노
[전북/이영노 기자]무주 적상산 산기슭에 아름다운 시인이 훈훈한 사회를 이끌어 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하고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가 후원하는 이봉명 시의 길은 문예가와 학계에서는 문단 우수시인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 무주 적상산 문예가 이복명 시인은 ‘포내리 겨울’ 네 번째 시집을 내면서 그 또한 50여년 문예가를 선도하고 있다.

다음은 이봉명 시인의 주요 글을 소개한다.

=절망을 갈아엎어 희망의 씨를 뿌린다.

잘 여문 알곡만 골라 처마에 매달아 두고 봄이 오면 몇 알씩 꺼내 담 밑에, 장독 옆에, 우물가에 다독다독 묻는다.

산그늘 살금살금 내려와 지붕을 덮으면 아버지 데려간 바람은 뒷마당에 꽃밭 한 채 부려놓고 간다.

향기는 콧등을 간지럽힌다.

풀들이 누웠다 일어서는 신 새벽 논둑을 걸으며 시인은 풀꽃 하나씩 불러본다.

제비꽃 엉겅퀴 애기똥풀 자운영 민들레・・・벌들은 달디단 시간을 온종일 물어 나르고, 상처를 싸매주고 눈물을 닦아주고 주린 자의 배고픔을 달래주는 이봉명의 시는 밥이다.

캄캄한 밤길을 함께 걷는 말동무다. 싱싱하고 파릇파릇한-

그는 자연주의자이다. 꿀벌과 대화하고 풀꽃과 대화한다. 어느 땐가 그와 함께 시골길을 가다가 그가 내게 풀밭에서 물봉선이라는 꽃을 가르쳐 준 적이 있었는데, 그 후로 우리가 사는 시골 주변에 그 꽃이 이리도 지천으로 피어있을 줄이야……

이 시집을 읽다보면 그가 글을 쓰며 살아 온 아득한 고향 포내리의 정겨운 돌담길이 보이고, 그가 한 때 아끼고 사랑하던 꿀벌들이 날아다니고, 무주 적상산 아래 무시로 변하는 자연들이 빚어내는 장엄한 풍경들이 보이고, 그 속에 우뚝 서서 유난히 큰 눈동자로 미소 짓고 서 있는 사람 좋은 그의 모습이 보인다.

또한 이봉명 작가의 말은 또 이렇게 표현한다.

한 때 그림을 그려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나는 그림을 그리고 싶은 데, 선생님은 문학가가 되라고 부추겼다. 가을빛이 눈부신 날, 감나무 밑에서 하늘을 바라보았다. 감이 빨갛게 익어 금방이라도 내 얼굴에 떨어질 것 같았다. 잔디밭에 벌렁 누워서 하늘을 보다가, 감을 보다가 설핏 잠이 들었다.

교내 백일장에서 참방이라는 상장을 받아들고 한동안 울었다. 아무도 모르게 혼자 잘 울던 나는, 감나무 밑에서 자주 자다가 어두운 고샅을 더듬어 집에 들어갔다. 높은 가지에 감이 매달려, 쌀쌀한 가을바람에 몹시 떨다가 빨갛게 익어버렸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잠이 들었던 그 날을 잊을 수가 없다.

내가 처음으로 감을 품고 바라봤던 그 날로부터 여기까지 더듬거리며 걸어온 게, 희미하게 발자국으로 남아서 자주 뒤돌아보았다.

얼마 전에, 후배인 사진작가를 통하여 또 다른 세계의 그림을 만났다. 금방이라도 어떤 세계 속으로 뛰어 들어갈 것 같았으나, 턱도 없는 짓이었다. 시와 사진을 만나게 해보려는 나의 시도는 어려운 일이었지만,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어설프게 찍은 사진들과 시를 맞춰 보는데 몇 개월이 지났고, 어린 아이 떼쓰듯이 시집을 한 권 엮어 내기로 고집을 부렸다. 소중히 찍은 사진을 얼른 꺼내 준 사진작가 박도순 후배에게 감사하다는 말도 하지 않은 채, 그의 맘이 변하기전에 서두르는 약삭빠름에 내가 먼저 놀랐다.

지금도 그림을 그리고 싶을 때가 있으나, 듬성듬성 사진으로 그림을 그려보겠다는 생각으로 나를 슬그머니 누르곤 한다.

그러다가 또 새로운 세계 속에서 내가 빠져나오지 못하면 어쩌지 하는 우둔함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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