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열 칼럼] 축구협회 혁신해야 축구발전 이룬다

이영노 | 기사입력 2014/07/21 [13:47]

[전대열 칼럼] 축구협회 혁신해야 축구발전 이룬다

이영노 | 입력 : 2014/07/21 [13:47]

 전 대 열 (전북대 초빙교수) 무릇 어느 나라 사회 또는 조직이나 단체들도 끊임없이 스스로를 가다듬고 개혁을 하는 것이 발전의 지름길이 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면서도 자기 자신을 드러내놓고 탈바꿈하려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 소속원들의 생리다.
 
계속하여 한 자리에 눌러 앉아 있으면 모든 것이 정체된다. 앞으로 나가지도 못하고 뒤로 물러설 수도 없다. 이런 현상이 하루 이틀 이어지면서 새로운 개발, 산뜻한 아이디어는 어디론지 사라져버리고 묵은 떼만 뭉개져 나오는 것이다. 따라서 뭔가 새롭게 바꿔지고, 고치고 싶으면 과감하게 뚫고 나오는 용기가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고정관념을 벗어나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강력한 신념을 내세워 세계에서 부러워하는 새로운 나라로 거듭 태어났다는 찬사를 듣는다. 일제의 강점을 벗어나 광복을 이룬 대한민국은 세계에서도 가장 가난한 나라 중의 하나였다. 게다가 6.25라는 민족상잔까지 겹치면서 아직도 분단국가로 남아 있다. 그러나 북한은 여전히 세계최빈국으로 남아있지만 남한은 공전절후의 발전을 이룩하면서 ‘원조 받던 나라에서 원조 주는 나라’로 변신했다.

이것은 오직 사고의 개혁에서 나온 기적이다.
아무 것도 없는 나라였지만 못할 것도 없는 나라였다. 자동차가 없는 나라면서도 먼 미래를 바라보고 고속도로를 건설했다. 손톱깎이도 없는 나라에서 대철강 회사를 지었다. 까까머리 민둥산을 푸른 나무숲으로 꾸몄다. 어느 누구도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일을 해낸 것이 발상의 전환에서 비롯된 것이었음을 깨달은 것은 한참 뒤의 일이다.
 
특히 전국의 민둥산을 아름들이 나무가 가득한 밀림으로 가꾼 것은 산업발전의 인프라가 바로 거기에 있음을 깨달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꽉 막혀버린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었다면 언제 나무를 심고, 공장을 지을 수 있었으며, 도로를 새로 낼 수 있겠는가. 안 된다고 할 때 해낼 수 있는 용기가 바로 사고를 바꾸는 일임을 알아야 하는 것이다.
 
이번에 우리는 세월호 참사를 겪는 와중에 월드컵 경기를 치러야 했다. 4년마다 한번씩 열리는 월드컵은 올림픽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열광할 정도로 관심이 높다. 우리는 2002 한일월드컵에서 큰 재미를 봤다.
축구를 좋아하면서도 한국의 축구수준은 세계수준에서는 한참 뒤떨어져 있었다. 그래도 월드컵을 유치한 체면치레는 해야만 했다. 그 때 영입된 감독이 네덜란드 출신인 히딩크다. 그는 지금까지의 감독과는 달리 모든 선수를 자신이 직접 기용했다. 트레이닝도 자기가 개발한 방법으로만 시행했다.
 
내 인상에 남은 것은 전적으로 체력훈련에 열중했다는 점이다. 후반전만 가면 헐떡거리던 선수들에게 기초체력을 단단하게 해놓은 결과는 전연 딴 사람으로 변했다는 사실이다. 공차는 기술도 아시아권에서 놀던 물하곤 달랐다. 유럽의 선진기술까지 가미하다보니 어느덧 무명선수들이 강력한 체력을 바탕으로 물 찬 제비로 변해 있었다.
 
박지성 이영표 등 새로운 스타가 이래서 탄생했다. 언감생심 16강만 통과해도 감지덕지할 판인데 승리에도 관성의 법칙이 적용되는 것일까. 내친김에 4강까지 해치웠으니 한국의 축구사상 신기원을 이룩한 셈이다. 이 모든 것이 카리스마로 무장한 히딩크 아니었으면 이루기 힘든 금자탑이다. 그러나 그것 역시 축구협회가 일시적이나마 발상을 전환해줬기에 히딩크의 힘이 발휘될 수 있었던 것이다
.
그 후 한국축구는 계속 죽을 쑤고 있다. 이번 브라질월드컵에서도 16강만은 기필코 달성할 것이라는 기대를 잔뜩 하고 있었는데 그만 꼴찌로 내려앉았다.
 
홍명보의 ‘의리축구’ 때문이라는 비난성이 가득하고 심지어 엿을 내던진 팬들이 있었으니 얼굴이 화끈거린다. 유럽축구장에서 인종차별의식으로 바나나를 내던진 관중이 있었다.
그 때 흑인선수는 태연히 바나나를 까서 입에 넣고 공을 찼다. 관중의 박수가 터졌다. 우리 월드컵선수들도 던져준 엿을 하나씩 먹을 수 있는 여유를 가졌다면 이처럼 희생양을 가려내는 참사는 면했을지 모른다.
 
문제는 홍명보나 허정무가 물러나는 것으로 축구가 되살아날 수 있겠느냐 하는 점이다. 이는 축구협회 현 집행부가 뭔가 착각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1년에 1000억을 집행하는 큰 기업 못지않은 축구협회가 24명의 대의원에 의해서 회장이 선출되는 어처구니없는 현실을 바로 고치지 않고서는 굳어버린 화석이 되어버린 축구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요즘 해피아, 국피아, 군피아 등이 날뛰는 세상을 국가개조로 고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는 강하다. 축구협회는 정몽준을 거쳐 정몽규로 이어지는 ‘정피아’로 굳어졌다. 월드컵 실패에도 불구하고 정몽규는 물러날 생각이 없단 말인가. 상투적으로 머리를 조아리는 형식적인 사과로 끝날 일이 아니다.
 
회장선거는 선수, 감독, 코치, 심판 등 축구에 관련을 가진 사람들이 직접선거로 뽑아야만 그나마 ‘피아’ 집단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축구인들은 이미 축구협회새노조, 축구인노조 등 기존 축구협회노조와 다른 복수노조를 결성하고 곧 활동에 들어갈 준비를 갖췄다. 축구협회가 스스로 정관을 개정하여 참신한 축구인에게 문호를 개방해야만 전 국민이 환호하는 축전을 보게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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