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열 칼럼] 세월호법은 이쯤해서 끝내자

이영노 | 기사입력 2014/09/24 [16:56]

[전대열 칼럼] 세월호법은 이쯤해서 끝내자

이영노 | 입력 : 2014/09/24 [16:56]

[전  대  열/전북대 초빙교수] ‘법이 없어도 살 사람’이라는 속언이 있다. 누구나 인정할 수 있을 만큼 착한 사람이기에 구태여 법으로 옭아매고 규제로 붙잡아둘 필요가 없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리라. 그러나 어디 세상이 그렇게 착한 사람만 살겠는가. 멀쩡하게 보이는 사람도 갑자기 돌변하여 사회에 좀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옛날 옛적의 ‘약법 삼장’(略法三章) 시대가 지나간 이후 인류는 끊임없이 법을 만들어 왔다.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새로운 사태에 대비하여 수많은 법을 양산해오고 있지만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터져 새로운 법을 만들어야 하는지 아무도 모른다.

 

얼마 전 국회의원들이 이른바 입법로비를 했다고 해서 한 명은 구속되고 두 명은 불구속 기소되는 사건이 있었다. 국회의원들에게 입법권이 있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세계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사법 입법 행정의 삼권분립 제도가 시행된다. 어느 일방이 독점적으로 권력을 휘두르는 일이 없도록 상호 견제를 할 수 있는 이상적 제도다.

 

물론 군사독재 시절에는 형식적으로 분립되어 있긴 했어도 독재자가 삼권을 쥐고 흔드는 형국이었고, 지금도 북한공산주의 정권은 김정은 일인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된 공포정치로 일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민주화 이후 행정권을 거머쥔 대통령중심제로 ‘제왕의 권력’이라는 비판이 있긴 하지만 사법부는 사법부대로, 입법부는 입법부대로 독자적인 권력을 마음껏 구사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다보니 간첩행위로 기소된 사람도 무죄로 풀려나고, 법외노조로 판결을 받은 전교조도 가처분으로 되살아나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한다.

 

입법을 담당한 국회는 아예 문을 걸어 잠그고 5개월이 넘도록 단 한 개의 법안조차 통과시키지 못하는 식물국회로 전락했다. 식물(植物)은 가뭄이 계속되면 말라 비틀어 죽게 된다. 그러나 국회의원들에게는 매달 세비가 지급되고 추석 떡값까지 나온다.

 

말라비틀어질 염려는 높은 나무에 붙들어 매어있다. 일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살고도 남는다. 게다가 호화로운 사무실에 9명의 보좌진을 거느리고 있으니 국민의 혈세는 그들 모두의 편안한 생활을 위해서 낭비되고 있는 셈이다.

 

그들이 제 값을 하고 있으면 누가 저만치 서라고 정가하겠는가. 국민들이 표를 줘 국회로 내보낼 때에는 깨끗하고 올바른 태도로 국정을 감시하고 국가와 사회에 보탬이 될 수 있는 법을 만들어 이 나라 국정운영에 도움이 되라는 뜻을 담았던 것이다.

 

국회의원의 임무는 그것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외에도 별별 임무가 수없이 많이 있겠지만 국정감시와 입법업무를 보조하는 행위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국회는 자신들에게 주어진 고유 업무를 포기한지 오래다.

 

날이 새면 정쟁(政爭)에만 매달려 있다. 정당정치를 시행하는 민주국가에서 정당 간에 정책을 놓고 다투는 일이야 흔한 일이기도 하고, 또 권장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그런데 정책이 아닌 문제, 정책 같으면서도 기실 정책과는 거리가 먼 정치적인 이해로 얽힌 문제를 가지고 허송세월을 하고 있다면 마땅히 비판받아야 하고 규탄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오죽하면 식자 간에 국회 해산론까지 거침없이 나오겠는가. 지금 시중에는 자기 할 일을 하지 못하고 있는 국회는 자진해산하라는 빗발 같은 원성이 뜨겁게 타오르고 있다.

 

어째서 이런 일이 생겨났을까. 그것은 세월호특별법이라는 마법에 걸린 야당 국회의원들이 한사코 붙들고 늘어지기 때문이다. 세월호 사건은 이미 5개월이 흘렀다. 피어보지도 못한 어린 학생들의 죽음에 대해서 모든 국민은 함께 슬퍼했고, 함께 분노했다. 청해진해운을 운영하는 구원파 일당의 무지막지한 탐욕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그 뒤에 관료출신 ‘해피아’들이 있고 침몰하는 선박에서 승객을 구해내는데 무능했던 해경 그리고 선장과 선원들이 저이들만 살겠다고 빠져나온 비겁성이 세월호 사건의 주범임은 이미 알려진 바와 같다. 그들에게는 추상같은 사법처리가 진행되고 있어 아무 것도 숨길 게 없다. 새삼스럽게 진상조사를 한다는 것은 결국 한풀이의 다리 역할에 불과하다.

 

모두 나라를 위해서 목숨을 바치겠다고 하면서도 막상 큰 일 앞에 닥치면 움츠러들거나 뒤로 도망친다. 많은 국민들이 세월호법의 실효성에 대해서 의문을 가지고 있으며, 여야정치인들도 그 사실을 가장 잘 알고 있으면서도 차마 유족들의 입이 무서워 뒷전에서만 나불댄다.

 

여야 원내대표가 두 번이나 합의안을 도출해내고도 유족들의 반대에 부딪쳐 정국은 표류를 거듭한다. 유족들은 국회의원보다 훨씬 큰 입법권한을 행사한 셈이다. 이것은 정상적인 정치행태가 아니다.

 

염수정추기경과 자승총무원장이 유족들이 양보할 때라고 어려운 말을 꺼낸 심정을 이해해야 한다. 더구나 대리기사 폭행사건으로 유족들의 도덕성은 땅에 떨어졌다. 유족들과 그들을 부추기는 외부세력은 국민들이 넌덜머리를 내고 있다는 사실을 짐작이라도 하는가. 세월호법은 새롭지도 않고, 제정시효도 지났다고 보는 게 국민정서다.

 

진정으로 나라를 위한다면 모든 국민이 아쉬워하고 안타깝게 생각할 때 이쯤해서 물러서는 것이 옳은 태도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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