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열 칼럼>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싸움

이영노 | 기사입력 2014/07/14 [15:38]

<전대열 칼럼>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싸움

이영노 | 입력 : 2014/07/14 [15:38]


-전 대 열(전북대 초빙교수)-

우리나라 속담 중에는 세월의 흘러감을 비유한 말들이 많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이 쓰이는 말은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아닐까. 365일을 1년으로 계산하는데 10년이면 3650일이니까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세월이다. 그러나 젊어서는 ‘왜 이렇게 날짜가 더디 가느냐’고 방정을 떨던 친구들이 제법 나이가 든 이후부터는 ‘언제 1년이 지나갔지?’하고 가는 세월을 한탄한다.
 
가는 세월 막을 수 없고, 오는 백발 가시로도 막지 못하는 것이 인생이다. 보람 있는 일을 성취하며 평생을 산 사람도 많지만 하고 싶은 일을 맘대로 펴보지도 못하고 구차하게 살다가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처럼 제멋대로 흘러가는 세월을 붙잡고 싶어 하지만 사람의 힘으로는 붙잡을 수 없는 것이 세월이다.
 
지난 4월에 인천에서 출발하여 제주로 가던 배이름이 하필이면 세월호여서 많은 이들이 “세월호가 침몰하면서 아직도 한참 더 살 십대의 고등학생들까지 세월에 묻혀버렸다”고 탄식했다.
 
나중에야 알려진 일이지만 한자로 세월(歲月)이 아니라 세월(世越)이어서 청해진해운의 실질적인 주인이라는 유병언의 야심을 글자 풀이로 읽을 수 있게 했다.

세상을 넘어선다는 뜻을 가지고 있으니 그의 사욕이 가져온 엄청난 피해와 충격은 한국을 온통 침몰시키고 말았다. 그가 어떤 의도로 그런 이름을 선택했는지 알 수 없지만 결과적으로 세상을 뛰어 넘는 충격파를 안겼으니 선견지명이 놀랍다. 유병언의 선견지명(先見之明)은 사고가 난 이후에 더욱 빛난다.
 
 얼굴 없는 사진작가 ‘아해’로 통하던 수법대로 검찰과 경찰의 철통같은 수사망을 비웃으며 그의 행방은 몇 달째 감감 무소식이다. 검찰에서는 5억이라는 천문학적인 현상금까지 내걸었지만 구원파의 신출귀몰하는 위장술과 간계(奸計) 그리고 거짓정보에 홀려 수사력만 낭비하고 있다. 검찰내부의 정보가 유병언에게 전달되었다는 법무부장관의 국회증언은 국민의 자랑거리였던 검찰조차 믿을 수 없게 만들었다.
 
아무튼 세월은 흘러가고 있으니 언젠가는 국내잠복이던, 밀항이던 진상은 밝혀질 것이다. 이처럼 참담한 사건이 풀리지 않고 있는 시점에 저 멀리 중동에서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싸움이 한창이다.

우리는 6.25라는 민족상잔의 고통을 겪어본 민족이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이·팔 싸움은 그들만의 전쟁이 아니라 세계의 관심을 집중시킨다. 왜냐하면 그들의 배후에는 미국이라는 세계최강국과 2억이 넘는 이슬람민족진영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갈등관계는 종교적으로 대치하면서 2천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실 2천년이라는 세월은 너무 오래된 얘기이기 때문에 얼른 현실감이 떠오르지 않는 게 사실이다. 그 당시 존재했던 유대민족 국가가 멸망한 이후 그들은 세계 각지에 흩어졌다. 현실적으로 수많은 세월이 흘러갔지만 나라를 되찾는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새로운 전기(轉機)는 의외로 세계 제2차 대전을 계기로 마련되었다. 전쟁을 일으킨 독일의 히틀러는 독일민족의 우수성을 내세워 유대민족을 대량 학살했다. 유대인들은 끈질긴 생명력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며 다민족국가인 미국에서 자리를 잡고 있을 때였다. 유대인들은 세계의 금융시장을 한 손아귀에 거머쥐고 막대한 전비(戰費)를 댈 수 있었다.
 
 전쟁이 연합국의 승리로 끝나자 세계의 질서를 바로 잡아야 할 미국에서는 이스라엘민족의 독립을 추진하게 되었고 유대인이 2천년 동안 밟을 수 없었던 팔레스타인 지역을 따로 떼 내어 이스라엘을 건국하게 만든 것이다.

까마득한 옛날에 존재했던 나라가 2천년 만에 다시 부활한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다. 졸지에 영토를 빼앗긴 팔레스타인은 고토회복을 위해서 저항을 계속하고 있다. 무력(武力)에 의해서 쪼그라든 됫박만한 땅에서 테러를 자행하며 저항세력을 키우고 있지만 그 때마다 이스라엘의 호된 보복을 받고 주저앉곤 한다.
 
 중동의 대부분을 지배하는 이슬람민족은 숫자로 치면 2억이 훨씬 넘는다. 이스라엘은 4백만 정도의 인구에 불과하다. 숫자는 압도적으로 많지만 기나긴 세월 나라 없이 떠돌던 이스라엘을 꺾기는 쉽지 않다.
 
전쟁이 터졌다하면 팔레스타인의 패배로 점철된다. 정예, 정병으로 다져진 이스라엘의 화력을 당할 재주가 없다. 팔레스타인은 때로 평화안을 내걸고 휴전을 하다가도 언제 생겼는지도 모르는 각종 테러단체가 이스라엘을 자극하는 테러를 벌였다가 보복 전쟁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번에도 이스라엘 수년 셋이 시체로 발견되면서 시작한 싸움이 점점 커지고 있다. 양측이 모두 처참하기만 한 명분 없는 싸움질로 지고 샌다는 것은 세계평화를 근본적으로 좀먹는 일이다. 세월이 흘러간다고 잠잠해질 싸움이 아니다.
 
 유엔에서 나서보지만 모두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장준하선생은 전쟁을 가리켜 ‘역사의 똥’이라고 갈파했다. 더럽고 참담한 전쟁에서 벗어날 길은 진정 없단 말인가. 전쟁을 하지 않기 위해서는 세계의 강대국들이 모두 나서서 강제적인 중재를 하는 수밖에 없다.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이 그들이다. 강국들은 무기 팔아먹는데 재미를 붙이지 말고 이 세상에서 가장 비참한 것이 전쟁이라는 사실을 역사 앞에 깨우치도록 해야 할 의무가 있다.
 
 강국들의 이름값이 꼭 필요한 곳이 중동 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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