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열 칼럼]학교· 군대· 가정· 사회폭력은 일란성 네쌍둥이

이영노 | 기사입력 2014/08/11 [04:49]

[전대열 칼럼]학교· 군대· 가정· 사회폭력은 일란성 네쌍둥이

이영노 | 입력 : 2014/08/11 [04:49]
 
전 대 열 (전북대 초빙교수) 박근혜 정부는 4대 사회악을 근절하겠다고 큰소리치고 나왔다.
 
4대 사회악은 학교폭력, 사회폭력, 가정폭력, 부정식품을 모두 포함한 것으로 국민이 생활하는데 근본적인 가장 큰 악행으로 간주되는 것들이다.
 
여기에서 군대폭력이 빠진 것은 사회폭력의 일환으로 간주한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커다란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군대폭력의 사례를 보면서 군대폭력을 뺀 것은 천려일실(千慮一失)의 실수였구나 하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군대폭력에는 의경폭력도 포함된다. 

이들 폭력의 양태는 일단 집단생활을 해야 하는 젊은 청소년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로 예전부터 관행적으로 있어왔던 일이기 때문에 크게 문제시하지 않으려는 심리적 나태(懶怠)가 있다. 지지 않으려는 경쟁심도 작용하고, 너보다 내가 못한 게 뭐냐 하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에 서로 부딪치는 행위는 폭력이라고 부르는 악행이라고 볼 수 없다. 그것은 일대일로 상대하는 것일 수 있으며 젊은 힘이 용솟음치는 쌈질로 끝나는 수가 대부분이다. 주먹으로 치고 패는 싸움은 커가면서 필연적으로 거쳐야 하는 성장과정이기도 하다.
 
우리가 학교 다닐 때 수없이 겪었던 싸움질은 코피 정도 터지고 나면 수돗물로 깨끗이 씻고 씩 한번 웃으면 그것으로 끝이었다. 싸움 한번 하고나면 아주 친한 친구가 되어 지금까지도 우정을 쌓고 산다. 그 뒤 이상하게 변한 세태가 흉기를 들고 싸우고, 집단을 이뤄 싸우기도 하며, 한 사람을 여럿이서 공격하는 비겁한 행태가 생긴 것은 참으로 불쾌한 기억이다. 게다가 집단 따돌림을 하거나 금품을 빼앗는 강도로 변하기까지 하는 것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범죄가 되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정부에서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폭력행위의 근절을 외치게 되었을까. 

학교에서의 폭력행위가 비록 나이어린 학생들이 저지르는 일이어서 등한시할 수도 있었지만 점점 지능화되고, 비열해지며, 극악한 형태로 탈바꿈하고 있어 그대로 지나칠 수 없는 범죄의 경지에 들어서고 있다. 심지어 자살학생이 속출하고 심지어 살인에까지 이르고 있어 더 이상 방치할 수 없게 되었다. 어린 학생이 나이가 들면 군에 입대한다. 군대는 학교와 달리 전국구다. 조그마한 도시나 동네에서 자고새면 볼 수 있는 친구들이 아니고, 낯선 지방 곳곳에서 모인 곳이 군대생활이다.
 
군대는 전우(戰友)라는 이름으로 생명을 주고받을 만큼 끈끈한 관계를 맺는 곳이다. 전혀 들어보지도 못했던 오지에서 온 친구도 있고, 형편없이 가난한 집안 출신도 온다. 그런가 하면 외국에서 살다가 자진해서 입대하는 젊은 청년도 있고, 훌륭한 대학에서 공부한 인재들도 많다. 한마디로 온갖 부류의 젊은이들이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하여 모여든다. 그러다보니 잘난 놈도 많지만 못난이도 있기 마련이며 성격도 다르고 생김새도 가지각색이다. 다른 나라와 달리 국민개병(國民皆兵)의 의무를 헌법에 못 박고 있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대한민국 남자는 군대를 가야만 한다. 

이 제도를 가리켜 노무현은 국군통수권자로서는 큰 망발을 해서 많은 비판을 받았다. 그는 현역복무 기간을 단축하려는 안을 내놓으면서 “젊은이들이 군대 가서 썩는다고 한다.”고 말함으로서 지금까지도 비판의 대상에 오르내린다. 그런데 이번 윤일병 등의 사건을 보면 썩는 것이 아니라 ‘죽는 것’이 되고 있으니 어느 부모가 자식을 군대에 보내고 싶겠는가. 22사단에서 벌어진 총기난사 사건도 결국 동료군인들의 왕따와 ‘기수열외’등 잔인한 폭력행위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은 아픔이다. 이런 폭력행위가 군대라는 폐쇄사회에서 벌어졌다고 해서 쉬쉬하고 감추려다가 들통 난 것이 윤일병 사건이다.
 
이로 인하여 육군참모총장이 사퇴하는 책임을 진 것은 당연한 수순이지만 책임공방문제로 국방부가 혼란에 빠지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국방부 자체 조사만으로도 1년에 약 3천9백건의 폭력행위가 적발되었다고 하는데 알려지지 않은 사건, 합의로 끝낸 사건, 협박에 못 이겨 함구하고 있는 사건은 없는지 더욱 내밀한 조사를 진행하여 행여 어둠 속에서 혼자 울고 있는 병사는 없는지 깊은 관심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학교폭력이 군대폭력으로 이어지고 이들이 가정을 이루면 반드시 독버섯처럼 되살아날 가능성이 있는 것이 가정폭력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이혼율을 보유하고 있는데 그 중의 상당수가 가정폭력에 기인하고 있다. 이로 인하여 결손가정이 양산되고 그들의 자식들은 거리를 헤매는 부랑자로 전락한다.
 
모두 폭력이 빚어낸 비극이다.
처음부터 범죄의 길로 들어서는 사람은 없다. 주위 환경이 열악해지면서 자신도 모르게 사회를 저주하고 이유 없는 저항을 하다가 범죄인의 길을 걷게 되는 것이다. 조직폭력배들은 이 틈새를 노려 하위조직을 부풀린다. 조폭의 활성화다.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된다는 속담처럼 학생들의 폭력이 군대에서 움을 틔우며 조폭들과 함께 꽃을 피우게 되면 결국 가정은 파탄 나고 사회는 어지러울 수밖에 없는 불행한 나라로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폭력을 미워한다.
언론에서는 ‘악마의 폭행’이라는 새로운 언어를 사용하여 경고 중이다.
 
이들 4대 폭력이 일란성 네쌍둥이로 더 이상 방치하다가는 나라까지 망치는 독소임을 이번 기회에 확실히 깨닫고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목숨을 걸고 노력하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는 없다고 단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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